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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치료 7 : 감정과 생각
2006-02-12 (일) 21:09
 

감정과 생각




요즘 유행하는 인지치료의 기본구도는 어떤 상황이 있을 때,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생각이 있고, 그 생각으로 인해서 감정과 신체증상과 행동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생각과 감정의 관계를 아주 잘 나타내고 있다.




도표 1)




 




사람의 감정이란 매우 미묘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하나의 감정이 여러 가지 감정을 담고 있는 경우도 있고, 당연해 보이는 감정이 다른 감정을 감추기 위한 위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안이나 우울 같은 감정의 이름표를 불일 수 있다고 해도 사람마다, 또는 상태에 따라서 다 그 느낌이 다르다.




그런데 면담을 하다보면 자기 감정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전체적인 감이라도 잡게 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비유를 들자면 우리나라를 모르는 사람에게 호랑이를 닮은 우리나라 지도를 보여주면, 그 세세한 내용이야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모양새를 감 잡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듯 막연하게라도 감정을 이해하면, 애매하게 느껴지는 감정이 눈에 보이고, 그러면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 생각을 찾아서 대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아놀드 슈워제너거가 나온 영화 중에서 프레데터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서 그 괴물을 이기는 길은 우선 종잡을 수 없는 현상을 분석해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먼저였고, 그 다음으로는 정상적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괴물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서 괴물의 특성을 이해해서 대처를 할 수 있었다.




치유의 과정도 이와 같다. 우선 자기 감정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야 그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감정을 설명하는 것 자체로도 큰 치료적 효과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오늘은 감정의 첫 번째 순서로 분노를 먼저 다뤄본다.






    1) 분노




분노는 자기의 자존감이 손상 받았을 때 생기는 감정이다. 이에 비해 짜증은 주로 불유쾌한 상황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대개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분노감정이 더 많았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쉽게들 이해한다.




사례1) 여름에 날씨가 더워서 짜증이 났다. 그래서 가게 주인에게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했더니 미적대서 가 났다.




짜증이 불유쾌한 상황 자체에서 생기는 것이라면, 분노와 화는 주로 부당하게 대우받거나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으로 많이 나타난다. 어떤 상황에서 분노감정이 생길 때, 다른 사람의 행위로만 보고 (나와는 상관이 없는) 평가를 할 때에는 화가 나지 않지만 나와의 관계가 적용이 되면 화가 나게 된다.




사례2)




상황 


나는 수험생이다. 어머니가 내 도시락 두개 싸는 것을 잊어버렸다.


   


감정


실망 <- 어머니가 조심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나와의 관계는 개입되지 않았다.




짜증 <- 어머니가 도시락 쌀 동안 기다리거나, 사먹어야 하니까 내가 추가로 신경을 쓰거나 노력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머니가 도시락을 2개를 준비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에 대한 반응.




화  <-  ‘어머니는 내가 말한 것을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            ‘어머니는 내게 배려를 하지 않는다. 남동생이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 도시락 2개 싸주지 않은 것을 매개로 해서 평소에 어머니와 나의 관계, 어머니, 나, 남동생과의 삼자관계가 개입되어 그 상황을 해석하고 있다.   


        




분노와 짜증의 구분의 의미




분노와 짜증을 구분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간단히 생각하면 날씨가 덥다고 자존심 상해서 해한테 화를 내면 우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불유쾌한 상황 자체 때문에 자존감이 손상되어서 화를 내면 그것도 문제다. 짜증스런 상황에 기분이 나쁘기는 하지만, 불필요하게 자존심을 상하지 않는다면 기분이 의외로 많이 편해질 수 있다.




사례 3)




성질이 더러운 직장 상사는 나를 짜증나게 하지만, 내가 못하는 것을 콕 찝어서 내 자존심을 건드리면 분노한다.




=> 그런데 누구에게나 더럽게 하는 직장 상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다 그러려니 하는데 나만, 더군다나 그럴 이유도 없는데) 자존심이 상하면, 불필요하게 마음이 힘들어 진다.




길이 막히면 짜증이 나지만, 택시기사 아저씨가 가까운 길이 아닌 길로 돌아서 가면 (길을 잘 모르는 나를 얕잡아 본다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난다.




=> 택시 운전사가 돌아갈 의도가 없었거나, 아니면 나를 얕잡아 본 것이 아니라 돈 좀 벌어보겠다는 얄팍한 심정으로 돌아간 데 대해서 자존감을 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감정이 상하는 것이다. 






남편이 집에 와서 (나는 바쁜데) 침대로 직행하면 짜증이 나지만, 잠깐만 도와달라는 말에 하루종일 집에서 놀면서 (내 자존심을 건드린다) 일하고 온 사람에게 그런 거 시키냐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 남편이 나를 무시해서 그런 말을 했으면 너무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말을 거르지 않고 얘기를 해서 평소에도 손해를 많이 보는 데다가 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닌데도 내가 자존심이 상한다면, 이 역시 불필요하게 기분이 상하는 것이다.




이런 수도 없이 생길 수 있는 상황들에서 느끼는 불쾌한 감정이 분노가 아니라 짜증이 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별 차이 없는 것은 아닐까? 물론 답은 “차이가 없다”가 아니다. 짜증은 그 상황이 끝나면 어지간하면 다 잊혀진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면서 우리가 가끔 하는 말이 아닌가? 유례없이 더웠던 날들을 회상하면 웃거나, 군대에서 고생했던 얘기를 침튀겨하며 할 수 있는 것은 자존감을 잘 보호한 상태에서 그 상황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짜증만 났었고, 그 상황이 끝나고 나서는 잊어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분노는 우리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설사 일시적으로 억압해서 기억의 하수구 속으로 던져진다 해도 언젠가는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