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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치료 5 : 생각의 특성
2006-02-12 (일) 21:07
 

 


요즘 세상을 생각과 관련해서 한마디로 해보면, “정보는 많지만 생각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단순해져서 단순하게 생각하고, 또 그에 따라 단순하게 느끼고 행동하는 것을 자주 본다. 업무상 20대들하고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정말 ‘단순녀’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생각을 심어줘서 생각이 깊어지고 합리적으로 변화하는 걸 보는 것도 기쁨이다.^^





이 연재물의 제목인 ‘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하는 의문에서부터 생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자.




1. 극단적인 경우




사람이 그가 처한 상황이 너무 극단적이면 사실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적다.’ 집에 불이 났는데 생각을 긍정적으로 해서 행복해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생각을 긍정적으로 한다고 해서 남은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은 힘들다. 이런 극단적인 예에서는 생각의 힘이 약하다. 내가 생각을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반대방향으로 가기 힘들다. 여기서 “생각을 어떻게 해서 니 인생이 달라질 수 있어!”라는 식으로 위로나 격려를 하는 것은 정말 어설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도 생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에 불이 났을 때, 생각을 긍정적으로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끔찍한 현실에 생각까지 부정적으로 작용을 한다면 훨씬 더 불행해지는 경우는 많다. 만약 불이 나서, 배우자가 죽어서 ‘자기는 끝났다’고 생각하면 너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고 그래서 자살까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낙심을 하기는 해도, ‘끝났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내장되어 있는 치유 프로그램이 작동해서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다 생각을 현실보다 더 비관적으로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치유 프로그램은 더욱 강력하게 작용해서 힘든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벗어나고, 상한 마음이 치유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악순환/선순환의 구조로 되어 있다.




즉, 더 비관적인 생각을 하면 더 우울해지고, 더 우울해지면 에너지도 고갈되어 현실적응을 못해서 현실 자체가 더 비관적으로 바뀐다. 그러면 앞의 과정이 다시 돌아서 상한 마음이 점점 더 상하게 된다. 반대라면, 덜 비관적인 생각을 하면 덜 우울해져서 우울증의 여러 가지 부작용이 덜 나타나고 그러면 현실에 적응을 조금이라도 더 잘할 수 있다. 그러면 현실 자체가 덜 비관적으로 바뀌어서 선순환과정이 반복되어서 회복의 길로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다른 예로, 성폭행의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성에 대해서나, 순결에 대해서 보수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른이라도 ‘상실’이 더 크기 때문에 그 충격이나 후유증이 크고 훨씬 힘든 치유의 과정이 필요했다. 그런데 어떤 초등학생 피해자가 의외로 담담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엄마가 그건 맞은 거나 똑같은 거’라고 해서 ‘상실감’이 훨씬 덜한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린이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성인 환자들이 자주 오는 편이다. 그 분들의 많은 경우에 ‘엄마에게 얘기하면 야단칠 것-니가 어떻게 처신을 해서 그렇니?라는 식으로-이 무섭고, 엄마나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그 상처가 훨씬 더 크고 깊게 새겨진 것을 자주 보았다. 




2. 일반적인 경우



그런데 위와 같은 극단적인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극단적이지 않은 일상적인 경우에는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더욱 많다.




직장 상사가 자기에게 야단을 쳤을 때, ‘그 사람이 성질 더럽다’고 생각하면 짜증나고 피곤할 정도지만, ‘내가 못나서 이렇다’라고 생각하면 비참하고 우울해 진다.




연인이 내게 중요한 날을 잘 못 챙겨주었을 때, ‘배려가 적다’고 생각하면 서운할 정도지만 ‘이젠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아’라고 단정지으면 불안하고, 상대가 미워서 심하게 악악거리게 된다.




남들 앞에서 실수를 했을 때, ‘이번엔 삽질했네 다음엔 잘 하지 뭐’라고 생각하면 조금 창피하지만, ‘남들에게 완전히 찍혔다’거나, ‘너무 바보 같았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그 창피함이 더욱 심하고, 우울해지게 될 것이다.




이런 예는 끝도 없이 많이 있고, 어떤 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경험을 한다. 자기 영어실력이나 업무능력은 바로 변하지 않지만, 그 뒤떨어지는 영어실력이나 업무능력으로 인해서 생기는 결과를 해석하는 자기 생각은 경우에 따라서는 쉽게 바뀔 수 있다. 그러면 그 생각으로 인해서 더욱 확대되고 거기에다 왜곡까지 된 그런 후유증은 피할 수 있다.




생각이란거, 모르면 당하지만, 알면 나를 돕는 좋은 친구같은 거다. 물론 쉽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