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게시판 게시판정보게시판 
인지치료 4 : 성격과 생각
2006-02-12 (일) 20:55
 

 


성격은 우리 삶에서 오랫동안 형성되어서 몸에 배었기 때문에 잘 변하지 않는 특성을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누군가하고 다투어도 ‘그게 그 사람 성격이야’ 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포기하는 식으로 대응을 하게 된다. 당사자도 그런 점에 대해서 지적을 하면 ‘나는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어’라고 해버리고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지도 않고 덮어 버린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성격에 대해서는 한 수 접어주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흔히 성격이라고 하면, 두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성격으로 번역되는 “character” 이다.  그 의미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그 사람에게 존재해온 특질(trait)이다. 성실성/나태함, 정직성, 충동성, 사교성, 냉정함/온화함, 신뢰성, 신뢰하는 성격/불신 등등이 성격의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성격은 사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었기 때문에 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사회에서나 개인적인 관계에서 타인에게서 이런 점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내가 뭐라고 한마디 한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만약에 그것이 너무 싫거나, 다른 점이 굳이 좋은 점이 없다면 조용히 거리를 두어야 피차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점만 빼면 너무 좋거나,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헤어질 수 없다면 그런 점을 장미의 가시 같은 좋은 장점 속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른 합병증 정도로 생각하고 그것에 익숙해 지는 훈련을 해야할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외부세계를 받아들이고 그에 반응하는 방식이라는 의미의 personality이다. 우리 말로는 인격이라고 번역을 한다. 우리가 흔히 성격장애라고 하는 것은 엄밀히 얘기하면 대개 인격장애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누가 한마디 했을 때 얘기했을 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에 관한 문제이다.




이 인격은 외부세계를 받아들이는 부분과 반응하는 두 개의 요소로 나뉘고, 외부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은 다시 지각과 해석이라는 두 개의 요소로 다시 한번 나뉜다. 즉 인격은 외부세계를 지각, 해석, 반응하는 양식인 것이다.




지각(perception)은 우리의 5감으로 외부세계를 느끼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촉감을 느끼는 것이 지각이다. 인격과 지각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 같다. 맛이 무슨 인격이냐?고...




그런데 우리가 우울할 때는 칭찬하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듣고도 그 의미를 평가절하 하기도 하지만, 뇌파를 검사해 보았더니 비난하는 소리에는 뇌가 반응하지만, 칭찬하는 소리에는 아예 귀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예로 며느리가 미워 보이면, 국이 더 밍밍하고, 애써 담근 김치가 너무 짜게 느껴질 수 있다.




조금 더 복잡한 예를 들면,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웃지 않은 평범한 얼굴을 보고, 찡그리고 있는 것으로 느낀다. 얼굴표정을 지각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사회적 기능인데 많은 경우에 왜곡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해석이다. 이 해석은 지각한 자극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앞의 무표정한 얼굴을 찡그린 것으로 지각한 사람이 찡그린 이유를 ‘나를 싫어해서’, ‘내가 재미없어서’ 라는 식으로 해석을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이 미워지거나, 조금 더 약한 경우라면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사회공포증같은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반응은 지각과 해석을 바탕으로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대처라고도 한다. 앞의 두가지가 왜곡되어 있다면 적절한 반응이 나오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남이 나를 싫어한다고 느낀다면 그 자리를 빨리 피하려고 하는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은 속으로 너무 좋아서 그거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을 수도 있는 거였는데...




따라서 성격은 몸에 굳은 것이지만, 인격은 이런 식으로 지각하는 방식, 해석하는 방식, 반응하는 방식을 잘 파악해서 왜곡된 부분을 교정해 주면 전체적으로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대인관계가 많이 편해 질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인격이 변하면 성격도 변할 수 있다. 자기가 일을 잘 못한다고 왜곡하는 사람들은 진득하게 일을 추진하지 못한다. 조급해서 서두르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성실성이라는 성격적 특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들도 사실은 성실하지 않아서라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속으로는 고민하면서도 일에 손을 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이 만약 자신감을 갖고 노력을 할 수 있다면 성격이 실제로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인격을, 즉 외부세계를 지각하고, 해석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는 방법은 있는가? 물론 답은 “있다”이다. 다만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