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만나 한 이불 덮고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불과 며칠 전에 남편의 과거 이상형을 알게 되었다.

결혼 7주년이 되고 나니 신변이 두렵지 않은지,

여섯 살 아들에게

"아빠가 중학생 때까지 어떤 여자랑 결혼하고 싶었는지 알어?

손이랑 발이 이쁜 여자였어." 라고 한다.

남편의 이상형이 섬섬옥수, 섬섬옥족의 여인이었다니!

섬섬옥수(纖纖玉手), 가녀린 옥같은 고운 여자의 손을 이르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신체 부위 중에서 가장 자신 없는 부분 중 한 군데가 '발'이다.

손은 그래도 자그마한 것이 영락없이 여자 손인데,

발은 가뜩이나 울퉁불퉁한 데다 볼이 좁은 구두를 신어서 발가락은 제 멋대로 휘었고, 게다가 한겨울에도 종작없이 덤벙이며 양말도 신지 않고 다니는 성격 탓에 박인 굳은 살이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그러니 남편의 이야기에 나는 '쳇,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야?' 하며 뾰로통하였다.
그런데 남편의 덧붙이는 이야기가 반전이라 아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빠가 어느 날 할머니가 일하고 돌아오셨는데 손을 보니까 손이 거칠거칠한 게 굳은 살이 박여서 너무 울퉁불퉁 못생긴거야.

그때부터 아빠는 손이 못생긴 여자는 아주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아름다운 여자라고 생각하게 됐어."

나는 무엇때문에 남편의 말에 '휴'하고 안도했던 것일까?

암튼......

섬섬옥수 여인, 혹은 빼어난 미모, 늘씬한 몸매가 이상형인 총각들이여!

잘생긴 얼굴, 울퉁불퉁 불거진 근육질이 이상형인 처녀들이여!

뭐, 평생 손만 보고 근육 뜯어먹으며 살 것은 아니잖은가?

평생 함께 살려면 무엇보다 '내실'이 중요하니,

그 사람의 됨됨이와 살아온 인생역사를 유심히 지켜보길 감히 권하고 싶다.

겉은 허술해 보이나 속은 알차다는

외허내실(外虛內實)이란 말도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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