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과 아파트 대출을 받아 장사를 시작했지만,
장사 경험이 없던 남편은 1년만에 가게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살면서 실패라고는 별로 해보지 않았던 남편은 인생의 첫번째 큰 실패에
깊은 상처를 받은것 같았습니다.
몇달동안 축쳐진 어깨로 지내는 남편의 모습을 보는게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예전에 장사할때 우리에게 과일을 대주던 과일 도매업자께서
과일장사를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의를 하셨습니다.
저희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작은 트럭을 샀습니다.
그리고 트럭에 과일을 실고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지요.
저도 늘상 사무살에서 얌전한 일만 해오다 갑자기 과일을 팔게 되니
막상 두려움이 앞서더군요.
남편 역시 사람들앞에서 큰소리로 과일을 파는 일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처음 몇주동안 제대로 팔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았습니다.
저는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우리에게 힘을 줄 노래를 찾아보았습니다.
당시 인기있던 황규영씨의 나는문제없어라는 가사가 마음에 확 와 닿더군요.
저는 그래서 그 노래의 테이프를 사서,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서는 길에
차안에서 큰소리로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꺼야
나는 문제없어
남편도 차즘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하더군요.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나면 저희는 어디선가 에너지를 받는 듯 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과일 파는 일에도 자신감이 붙는듯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황규씨의 노래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치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