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가을에 우연히 웹 서핑을 하다가 015B의 신곡이 나왔다고 해서 들어보았습니다. 015B라고 하면 우리 세대에게는 나름 아이돌만큼이나 유명한 그룹이었는데 한참 잊고 살았구나 싶어 노래를 들어보았습니다.
버벌진트라는 랩퍼가 피쳐링을 한 <그녀에게 전화오게 하는 방법>이라는 곡이 메인곡이더군요. 근데 가사를 들으면서 저 혼자 사무실에서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헤어진 여인을 그리워하다 못해 집착을 하는 것같은 가사의 주인공은 결국 이런 방법까지 했다고 노래하더군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에서 본,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오는 방법도 해봤어,
한 시간에 열군데나 글을 올렸거든, 한심하다고 생각하겠지  "
한참 웃고나서 저는 괜히 씁쓸해졌습니다. 당시 제가 이 한심한 가사의 주인공과 다름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때 저는 2년 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뻥 차이고는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전 남친에게 마구 전화를 하는 집착을 보였거든요.
주위 친구들이 저를 다 어리석다고 하고, 저보고 그런 구차한 행동을 그만하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에는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예전 남자친구가 퇴근하는 시간에 괜히 그의 집 근처를 배회하는 스토커 같은 행동도 서슴치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 바보같은 행동을 하던 제가 이 노래를 들으니 실소가 나오더군요.
이런 가사도 있었습니다.
"가끔식 발신번호를 숨긴 전화가 올때 혹시라도 너일까 봐. 심호흡을 하곤해, 원래는 기도도 안하던 내가 밤에 잠들때 하느님께 빌곤해" 바로 제 모습이 그대로더군요.

친구들의 조언도 안먹히던 제가 이 노래를 듣고 주인공의 한심한 모습에 공감하기도 하고 동시에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달아가면서 저는 조금씩 상처를 회복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