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 누구인지 통보받고 친구들과 저는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전교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노처녀 영어 선생님이었기 바로 저희 담임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분의 나이는 공개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문으로는 이미 마흔살이 훌쩍 넘었다고 하더군요.
3월 개교 첫날 역시 소문만큼이나 선생님의 포스는 대단했습니다.
깡마르고 키가 160도 안되는 작은 키였는데 큰 나무봉을 들고 교실문을 들어서니

등 뒤쪽으로 무서운 아우라가 느껴질정도였지요.
그런 담임 선생님의 수업중 가장 무서웠던 것은 무작위로 문장해석을 시킬때였습니다.
더듬더듬 거리다가 제대로 해석을 못하기라도 하면 선생님은 앙칼진 목소리로 "뒤로 가서서!"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포스때문에 알던 것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형편이었지요.
그렇게 무섭게만 느껴졌던 선생님이 지금은 가장 보고 싶은 선생님으로 기억남게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율학습을 하던 어느날,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쓰시던 카세트테이프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이금희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려주었습니다.
이금희씨가 나지막한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지기 시작하고, 저희들은 깜짝 놀랬습니다.
"ㅇㅇ 여고 3학년 12반 여러분 힘내세요... 라고 " 시작한 사연은
바로 저희 담임선생님이 저희를 응원하기 위해 보내주신거였지요.
그리고 저희를 위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 아바의 "I have a dream"을 신청하셨지요.
저희는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선물에 모두 감동을 받았고,
다른 반 아이들이 늘 무서워하던 담임선생님을 저희만큼은 더이상 무서워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