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오빠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저와 데이트를 해주지 않는 오빠가 야속해서 잔뜩 성질을 내고 전화를 끊었지요.

오빠는 제가 너무 자신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는 그 말을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좋으면 같이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요?

저는 오빠와 있는 시간이 가장 즐겁고, 그래서 친구들 모임에도 잘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친구들도 제가 연애하느라 바빠서 자기들과 잘 만나지도 않는다면서 점점 제게 연락을 적게 하더군요. 그렇지만 전은 오빠만 있으면 돼! 라는 생각에 친구들이 아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빠는 저도 중요하고 친구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주말 저녁인데 같이 놀아줄 친구는 없고, 오빠도 저랑 놀아주지 않으니 정말 심심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옛날 일기장을 뒤적거렸지요.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 춤추게 하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칼리지브란의 예언자>

제가 적어놓은 글귀 같은데, 새삼 새롭게 다가 오더군요. 고등학교 때는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받아 적은 것 같은데 말이지요.

오빠가 나와 노는 것이 싫어서, 내가 싫어져서 친구들과 노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오빠사이에도 하늘 바람이 춤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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