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늘어지게 잔 일요일 점심

늦도록 시집 안간 딸, 언제까지 밥 차려줘야 하냐는 엄마의 잔소리를 뒤로 한 채

자고 일어난 그대로, 늘어진 셔츠에 무릎 나온 바지 차림으로 집 앞 국수집에 갔습니다.

동네 음식점이긴 하지만 블로거니 뭐니 입소문을 통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꽤 많은 곳이었습니다.

구석 자리에 앉아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 국수를 먹고 있을 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대학생활의 전부였던 첫사랑 오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단아한 그의 아내와 둘의 얼굴을 묘하게 섞어놓은 귀여운 딸이 함께 있었습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셋은 연실 까르르 호호호 웃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모자를 챙겨쓰고 나온게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다시 한번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국수집을 나왔습니다.

머릿속으로 단아한 그 여자의 자리에 나를 앉혀보았습니다.

내 무릎에 그 귀여운 딸아이를 앉혀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질없는 상상일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