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낭패를 본 일이 자주 있습니다.

작년에는 친구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겠다는 친구를 이기고 싶어 그럼 반주는

내가 한다고 선어해 버렸지요.

사실 피아노를 어렸을 때 배우고는 다시 친 일도 없으면서,

선뜻 자신있다고 말한게 잘못이었습니다.

친구는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를 부르겠다며 제게 반주를 연습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친구 앞에서 ‘자신 있어!’라고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악보는 어떻게 찾아지더군요.

근데 겨우 체르니를 마치기만 했던 그 실력으로 이 곡을 친다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딸애 방에 먼지 쌓인채 있던 피아노를 열어 악보를 천천히 읽으면서 오른손만 먼저 연습해 보았습니다.

생각만큼 손가락이 따라주지 않더군요. 친구의 결혼식까지는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친구의 멋진 축가를 망치면 어떡하나.

괜히 이기고 싶은 마음에 엉뚱한 약속을 해버린 입이 얼마나 원망스럽던지요.

겨우겨우 2주동안 연습을 하고 친구의 결혼식에는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반주를 할 수준까지 되었습니다. 친구의 노래실력도 뭐 별반 제 피아노반주 실력과 다르지 않아 다행이었지요.

그 일이후로는 남들에게 지기 싫어 함부로 약속하는 버릇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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