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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댄싱퀸>은 현실이다
2012-01-28 (토) 02:31

 


 

 오늘 본 영화 <댄싱퀸>의 감흥을 잊지 않고 기념하기 위해 글로 남겨본다. 예고 영상만 보아도 너무 유쾌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가수이자 배우인 엄정화와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하는 황정민이 나와서 ‘이 영화는 꼭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딱히 남는 건 없지만 마음껏 웃을 수 있게 해준 영화’라고 <댄싱퀸>을 본 혹자의 귀띔에 나는 정말 실컷 웃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갔었다. 서울시장 후보의 아내가 댄스 가수라는 기발한 설정이 우리나라 현실로는 결코 일어나기 쉽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그러니 영화이지 않겠는가!


 

 영화가 시작된 초반부터 나는 황정민의 익살맞은 연기에 수시로 폭소가 터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수시로 ‘이 영화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댄싱퀸>을 보면서 점점 더 깊이 파고드는 생각은 ‘이 영화는 결코 딱히 남는 건 없는 실컷 웃고 나가게 해 주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한 황정민이었지만 분유 한 통의 가격이 얼마인지조차 모르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떠드는 다른 후보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진심으로 시민에게 다가가려하는 황정민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내 가슴 속에 고스란히 느껴져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 실제로는 불가능(?)할 지도 모를 인물이지만 우리들의 맘속에서 영화 속 '황정민'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변호사이면서도 너무나 소탈하고 낯간지러운 사탕발림은 할 줄 모르지만 아내와 아이를 참 사랑하고 아끼는 가장인 황정민을 보면서 나름 괜찮은 남편과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저런 남자와 결혼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퍽 들었다.


 

 영화 후반부에서 엄정화가 남편 황정민에게 댄스 가수 데뷔 사실을 들키면서 말다툼을 하는 장면에서부터 내 눈가가 촉촉하게 젖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키워 온 댄스 가수의 꿈을 포기한 채 결혼을 하면서 남편 뒷바라지에 육아, 가사노동이 일상이 되어버리고 ‘꿈’이라는 것이 무언지조차 잊어버리고 사는 수많은 주부들이 너무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때는 문학소녀요, 꿈 많았던 시절이 있었던 우리네 어머니들이 딸에게서 ‘난 엄마처럼 안 살래’라는 말을 들으며 살아온 애환이 전해지는 부분이었다. 가수 오디션에서 떨어져 낙망하는 찰나에 남편에게 ‘주제를 알라’는 식의 비웃음 섞인 말이 비수로 꽂혀 상처가 되는 그 기분이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시장 후보의 아내가 댄스 가수로 데뷔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던 황정민은 달걀세례를 받는 모욕을 겪어야 했지만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무시했던 말들로 아내가 받았을 상처를 깨닫게 되었고, 아내의 꿈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게 되었다.

후반부에서 클라이맥스에 치닫는 영화의 마지막까지 나는 손수건을 들고 엉엉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구슬프고 처절한 아픔이 느껴지는 내용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감성을 그토록 자극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제 내가 ‘영화 <댄싱퀸>은 현실’이라고 했던 이유를 써내려 본다.

사실 한때 나의 꿈은 ‘싱어송라이터’였다. 나는 음악을 너무 사랑했고 유년 시절에 크고 작은 아픔을 겪을 때에도 음악은 내 상처의 치유에 꽤 큰 도움이 되었고 희망을 갖게 해 준 친구였다.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피아노를 꽤 오래 배웠지만 레슨비가 버거워서 더 이상 배울 수 없었고, 작곡과에 지망하기를 꿈꿨지만 음대에 가는 것은 우리 집 형편에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물론 학업을 너무 게을리 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겠다. 그런데도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작곡가가 되는 꿈,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꿈을 꾸었었다. 나는 노래를 프로급으로 잘하지는 못하며 고음처리를 능수능란하게 잘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폰팅(전화로 남녀가 사귀려는 미팅이라는 의미)을 하면 99.9%의 남자들이 뿅 가게 했으니 20대엔 목소리가 꽤 예뻤던 것 같다. 뭐, 지금이야 우당퉁탕 온종일 뛰어다니는 아들 녀석을 키우다보니 연신 목에 힘을 쓸 일이 많아서인지 목소리가 좀 굵어졌고 영락없는 아줌마지만.......

스무 살 때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 통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던 존 레논을 닮은 가수 오빠가 노래를 한 번 불러 보라고 해서 몇 번을 빼다가 엄정화의 ‘하늘만 허락한 사랑’을 불렀는데 ‘은쟁반 위의 옥구슬이 따로 없고 엄정화도 울고 갈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었다.

왕년에 잘나가지 않았던 사람은 어디 있으며 스타 아니었던 사람은 또 어디 있으랴. 대학에 가고 직장에 다니고 조금 일찍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내 꿈도 서서히 잊혀 갔다.


 

 작년 2011년, 상금에 현혹되어 가계에 보탬이 되어 보겠다고 라디오 ‘문학 공모전’에 사연을 써서 보내었을 때 남편은 나의 난데없는 공모전 이야기가 너무 뜬금없었나보다. 차마 영화 <댄싱퀸>의 황정민처럼 ‘네 주제를 알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나에게 “당신은 너무 꿈속에서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은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온종일 전쟁터 같은 회사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글을 쓴다느니 공모전을 한다느니 하던 나의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이상주의에 빠진 것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나 또한 남편의 그런 말을 듣고 ‘내가 아직도 철이 없나? 꿈속에서 살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까.......


 

 문학 공모전에 응모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던 어느 날 방송국에서 온 전화 한 통은 지금까지의 내 삶에서 가장 놀랍고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나는 문학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주부로서는 꽤 큰 액수의 상금도 받았다. 나보다 더 기뻐하며 자랑을 하고 다닌 것은 바로 남편이었다. 부부는 헤어지면 남이라고 하지만 부부는 남이 아니다. “꿈속에서 사는 것 같다.”던 남편은 나에게 “내가 당신이 한 방 터뜨릴 줄 알았다니까!” 라며 너무나 좋아했다. 남편이 마치 자신의 일인 듯 그렇게 기뻐해 준 것이 비단 상금 때문이 아니었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러나 나를 더욱 놀라게 했던 것은 그날 이후 확연히 달라진 남편이 나를 대하는 태도였다. 늦은 밤, 아이를 재우고 간신히 자유 시간을 얻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거실에서 TV를 보던 남편이 슬며시 방문을 닫아주고 나가는 것이었다. 너무 의아해서 왜 문을 닫느냐는 나의 물음에 “당신 글 쓰는데 TV소리 방해되잖아.”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남편의 말에 나는 얼마나 재미있고도 놀라워는지 모른다.


 

 공모전 수상의 설렘으로 수일동안 밤잠을 설쳐야 했는데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여러 차례 공모전에서 수상하게 되었고, 그런 작은 이력들이 모아져서 나는 인터넷신문과 잡지 등의 공간에서 칼럼이나 다양한 원고들을 쓰고 있다. 비록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작가도 아니고 유명한 자유기고가나 칼럼니스트가 된 것도 아니고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이룬 것도 아니지만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꿈’이라는 것은 어떠한 성과나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타인은 물론이고 나 자신조차도 믿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쉽게 포기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꿈을 쉽게 비웃거나 믿지 않기도 한다. 나 역시 30년이 넘는 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단 한 번의 긍정적인 경험이 ‘꿈’에 대한 나의 생각과 내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180도 바꾸었다. 나는 ‘꿈’을 믿는다. 그리고 오늘도 ‘꿈’을 꾼다. ‘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비록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언제나 희망으로 가득 차오르고 행복하다.


 

 ‘꿈’은 또 다른 ‘꿈’을 낳는다. 나는 감동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이 생긴 동시에 내 나이가 40이 되든 50이 되든 ‘싱어송라이터’까지는 아니더라도 ‘라이터’는 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나만의 삶과 가치있는 이야기를 진실하게 쓴다면 멋진 작곡가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가수 엄정화의 음색과 분위기를 너무 좋아하여 한 때 그의 목소리를 모창으로 부르는데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그가 더 좋은 것은 <댄싱퀸>의 엄정화와 흡사한 진짜 엄정화만의 인생역사에 늘 희망과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데다 그는 천성적으로 여리고 고운 심성의 소유자라는 느낌이 언제나 변함없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댄싱퀸>을 본 후 엄정화의 탁월한 매력과 사랑스러운 연기 때문에 엄정화를 더욱 더 좋아하게 되었다.

또한 ‘황정민’이 아닌 다른 사람은 아무도 할 수 없는 ‘황정민’ 역을 완벽하게 연기한 배우 황정민도 너무나 존경스럽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요리로 행복을 전달하는 꿈, 글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은 꿈, 시민의 애환을 함께 나누고 싶은 서울 시장이 되는 꿈, 슈퍼스타가 되어 수많은 이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고 싶은 꿈....... ‘꿈’을 잊고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과 지금 ‘꿈’을 꾸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댄싱퀸>은 퍽 공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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