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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IMF" 아이들의 충격
2011-07-16 (토) 11:15
manager
추천 0   조회 863
“끔찍한 IMF” 아이들의 충격 
 
실업·이혼으로 인한 가정불화, 가출과 자살로 이어진다
 
(사진/구제금융체제가 무너뜨린 가정. 최아무개씨 일가족 네명은 비날하우스에서 동반자살을 선택했다.)
 
 
지난 3월28일 오후 2시30분께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백의1리 159번지
이아무개(35·농업)씨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최아무개(39·경기 김포군 북변리)·정아무개(33·여)씨 부부가 아들(7), 딸(5)을 극약을 먹여 숨지게 한 뒤
비닐하우스 철근에 철삿줄로 목을 매 함께 자살했다.
 

왜 동반자살의 희생양이 돼야 하나

최씨의 네가족이 숨진 비닐하우스에서 40여m 떨어진 최씨의 아버지 무덤가에서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아버지를 따라 삶의 미련을 버리겠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최씨는 지난 93년부터 서울 구로공단에서 선반 제작회사인 ㄱ산업을 운영해왔으나,
올 초 부도가 나자 채권자들을 피해 도피생활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의 아버지(65)도 지난 2월25일 아들의 부도와 도피에 충격을 받아 자살했다.
 
위의 사건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조금융체제가 한국의 평범한 가정을 무너뜨린 가장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IMF는 여러 형태로 우리의 가정을 위협하고 있다.
주로 부모에게서 비롯하는 가정의 흔들림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옮겨져 가정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가정 불안의 최대, 근본 원인은 가장의 실업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다.
노동부의 추산에 따르면 실업자는 올 2월까지 1백30만명에 이르며, 1∼2월 중 생긴 실업자만 50만명 이상이다.
전체 실업자 1백30만명 중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는 실업자가 72%에 이른다.
실업자의 평균 나이는 38살, 자신을 포함한 평균 부양 가족 숫자는 3.5명이다.
따라서 3.5인 가족을 기준으로 삼으면 적어도 4백55만명 이상이 실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올 들어 새로 실업의 영향권에 포함된 사람의 숫자도 2월까지 1백75만명에 이르는 셈이다.
이중 아이들은 적게는 1백만, 많게는 2백만 가량이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들이 일자리를 잃어 가정이 무너지는 양상은 여러가지다.
극단적으로는 앞의 예처럼 가족들과 함께 집단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는 혼자 자살을 선택한다.
이런 IMF형 자살은 올 들어 이미 2백건이 넘었다. 상담창구인 ‘사랑의 전화’(02-715-8600)가 지난 2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직장인 중 25.7%가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들이 자살충동을 느낀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과 “삶의 공허함”이라고 답한 사람이 각각 21%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자신의 능력부족을 느낄 때”(17.5%)였고 “현재상황에 대한 위기의식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직장생활 부적응”이 각각 12.3%를 차지했다. 응답자 중 17%는 “IMF 뒤 자살충동을 더 강하게 느낀다”고 답했으며,
주변에서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직장인도 83%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은 자살충동의 표현일 수 있으며,
주위에서 이런 얘기를 자주 들으면 행동으로 옮겨지기도 쉽다”고 우려했다.
 

편부모 가정 비율도 높아져

자살은 아내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남편이 실직하거나 사업에 실패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거나,
스스로 벌이던 사업이나 계가 실패하면서 빚독촉에 시달리던 아내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남편이나 아내의 자살은 남은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옛말에 부모가 돌아가는 것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슬픔에 비유했듯,
부모의 자살을 겪는 아이들은 우울증이나 악몽, 의욕상실 등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일탈의 길을 걷기가 쉽다.
 
실직한 가장들은 가출을 택하기도 한다. 지난 2월 중순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홈리스(집을 나와 정처없이 떠돌며 노숙하는 사람)의 숫자는 8백40여명으로
지난해 5백여명이었던 것에 비해 60% 가량 늘었다. 3월 들어서는 이미 1천∼2천명으로 늘었다는 것이 복지부의 추산이다.
전국적으로는 적게는 3천여명, 많게는 5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홈리스는 수천년 전부터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이며, 예전과 다른 원인이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날품 노동자와 무작정 가출 또는 상경한 이들이 많았으나,
최근 생겨나는 홈리스는 실직한 노동자와 부도낸 기업인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가출 원인도 “실직으로 가정불화가 생겼거나 가족들 보기가 미안해서”라는 이들이 많고,
“부도로 인한 도피 목적”인 사람들도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의 끈이 느슨해지는 반면,
이를 막아줄 보완장치가 없는 것이다.
 
이혼도 가정 해체의 한 원인이 된다. 이혼은 90년대 이후 해마다 꾸준히 늘어왔으며,
올해부터는 IMF의 영향으로 인한 이혼도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90년 1만건에 조금 못 미쳤던 이혼이 96년에는 2만여건에 이르러 두배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어머니만 있는 편모가정의 비율도 높아졌다. 저소득층의 경우 부부의 이혼으로 인한 편모가정이 94년 18%였으나,
97년에는 11.2% 높아진 29.2%에 이르렀다. 또 아버지의 가출로 인한 편모가정도 전체의 5.6%였다.
전국적으로 편부모가정은 74만가구에 이른다.
 
지난 2월18일 서울에서 일어난 한 연쇄 사건은 바로 이혼으로 인한 아이들의 충격을 잘 보여준다.
김아무개(14)군은 이날 오전 주아무개(25)씨의 자취방 등 빈집 세곳에 무작정 들어가 불을 질렀다.
다행히 사람들은 다치지 않았다. 경찰에 잡힌 김군은 방화의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부모가 이혼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났어요.”
 

47.5 %가 “아빠실직 걱정돼요”

실직으로 인한 가정불화는 다른 문제보다 훨씬 광범하며,
앞의 자살이나 가출, 이혼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가정불화의 주요 원인도 바로 IMF다.
사회복지법인 ‘생명의 전화’에 따르면 IMF 이후 경제문제와 관련한 가정불화를 호소하는 상담이 60% 가량 늘었다.
남편들은 “융자를 받아 주식 투자했다가 파산해 아내가 힘들어한다” “실직한 뒤 아내의 바가지를 견딜 수 없다”,
아내들은 “실직한 남편이 과음과 폭행을 일삼는다” “남편이 실직한 뒤 실의에 빠져 있다”는 등이 많았다.
 
‘아버지의 전화’에도 남편들의 가장 큰 고민이 “아내와의 갈등”(19.5%), “실직”(17.4%), “직장고민”(16.5%) 등
세 가지로 조사됐다. 그 뒤로는 “자녀교육” “아내 가출” “아내의 노름과 술” “아내 외도” 등이 차지했다.
여성들의 긴급 상담전화 ‘여성 1366’에 지난 1월1일부터 18일까지 접수된 내용에는
‘남편의 가정폭력’이 3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IMF사태로 인한 만약의 사태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삼성생명 사회정신건강연구소가 서울의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의 47.5%가 “부모의 실직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대답했다.
또 초등학생의 88.5%, 중학생의 65.8%, 고등학생의 39.8% 등 아이들의 62.5%가
“부모가 실직하면 그 사실을 친구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대답해 아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을 보여줬다.
또 한국은행 조사에서는 초등학생의 81.3%가 “외식이나 과외 축소 등을 겪었다”고 말해
이미 아이들도 변화를 실감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어쨌거나 아이들의 고통은 이미 시작됐다.
전국 8개 영아일시보호소에 따르면 버려진 아기를 맡아 6달 동안 보호하는 전국 8개 영아일시보호소에는
지난해 10월 이후 버려진 아기들이 20%에서 100%까지 늘어났다.
‘전쟁 고아’가 사라지고 ‘IMF 고아’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8년 4월 9일 한겨레 신문입니다.
http://www.hani.co.kr/h21/data/L980330/1p9e3u0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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