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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참 여러가지 일들이 많습니다 . 
기쁜일, 슬픈일, 신기한일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올리고 같이 공유해보아요 .
 
우산 씌워주는 여자
2011-06-19 (일) 10:32
엠땡둘
추천 0   조회 132
재작년 이맘 때, 비가 오던 여름날에 있었던 일입니다.
 
길게 쭉 뻗은 길을 걷고 있던 저는 제 앞에서 걷고 있는 여자, 청년, 그리고 우산 없이 비 맞고 가는 남학생을 보면서 저의 어렸을 적을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여자가 머뭇거리며 우산을 앞으로 뒤로 갈팡질팡 하다가 종종종 발걸음을 바삐하더니, 앞서가던 남자애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하군.'
그러나 저 남자애가 나라면 어떨까, 상상을 하자 어깨가 움츠러들었습니다.
만약 저라면 너무 마음이 불편해서 도망가고 싶었을 겁니다. 언제 샛길이 나오나 전전긍긍하다가, 후다닥 감사를 표하며 샛길로 사라졌을 테지요.
저는, 특히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받는 호의를 불편하게 여깁니다.
마치 순진한 어린아이에게 불쌍한 척을 해서 돈을 편취하는 듯한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저 남학생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비를 피하게 해준 그 호의를 기분좋게 느꼈을까요?
아니면 어느정도 어색하더라도 다행이라 생각했을까요?
이도 저도 아니면 저처럼 도망치고 싶었을까요?
적어도 맨 마지막 답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남학생의 팔자걸음은 자연스러웠고
그들은 갈림길을 지나치며 길고 긴 길을 오랫동안 걸었거든요.
 
 
오늘날에 와서는 제가 왜 남의 호의에 편취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지, 어렴풋하게 나마 알고 있습니다.
그런 호의를 받을 가치가 저에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호의를 감사하게 느끼면서도, 그렇게 도망쳐 버리는 것이 상대방에게 거절감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책없이 도망쳐버리고, 그렇게 도망쳐 버린 자신을 '배은망덕'하다며 또 탓합니다.
 
이런 저의 글을 보고, 마치 자신의 꼬리를 잡으려고 뱅글뱅글 도는 강아지는 보는 기분이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서글픈 동질감을 느끼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사실 너무 우스운 얘기 입니다.
남이 호의를 베풀고 받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으면서 그 대상이 제가 되면 죄를 짓는 기분이 들다니요,낄낄낄,  정말 이렇게 제 안에서 떼어놓고 보면 제가 절박하게 느꼈던 만큼 우습게 느껴집니다.
 
요새들어서는 적어도 도망가지는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단계까지 오진 못했어요.
언젠가 그 따뜻한 호의를 있는 그대로 기분좋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네요.
그것이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감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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